장애인단체, 창원서 '매드프라이드 경남' 행사 개최
장애인 작품 전시, 몸짓 공연, 노래, 상황극 등 다채
자유로운 삶 바라며 침대, 휠체어 창원광장 향해

“우리를 병실에 가두지 말아 달라. 정신 장애가 있어도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다.”

밀양 장애인평생학교에 다니는 정신 장애인 김현국(60대) 씨는 장애인과 시민들 앞에 서서 단호하게 말했다. 시민들은 김 씨의 발언이 끝나자 ‘김현국 파이팅’과 함께 박수로 응원했다.

경남 장애인 단체 22곳이 22일 정우상가 앞에서 제3회 매드프라이드 경남 ‘자유에 미치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 행사를 개최했다. 매드프라이드(mad pride)는 영단어 매드(mad)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정신장애 정체성에 프라이드(pride)를 갖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날 휠체어 50대를 비롯한 장애인 230명이 자리했다.

매드프라이드 경남은 5월 24일 세계조현병의 날을 앞두고 개최한 행사다. 조현병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인 ‘조현’의 의미를 담은 질병이다. 조현병에 걸린 이는 뇌 신경계와 마음이 조율되지 않아 뇌 기능에 이상이 있는 이들이다. 매드프라이드는 1993년 캐나다에서 주변의 편견을 해소하고 정신장애인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권리를 강화하고자 시작됐다. 경남에서는 올해 3회째 행사를 개최한다.

경남 장애인 단체 22곳이 제3회 매드프라이드 경남 '자유에 미치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를 22일 정우상가 앞에서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몸짓 공연을 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경남 장애인 단체 22곳이 제3회 매드프라이드 경남 '자유에 미치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를 22일 정우상가 앞에서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가 열창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이날 모인 이들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사회참여 제한과 지역사회 소외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사회가 ‘미쳤다’는 부정적 수식어로 낙인을 찍어왔다고 밝혔다.

이창관 씨는 정신장애 38년차로 진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창원센터에서 자조 모임 회장·활동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수학자 존 내시, 음악가 베토벤·쇼팽 등은 정신질환이 있었지만 편견을 이겨내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신장애인이라고 하면 취업도 사회생활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장애인도 치료·교육을 잘 받으면 얼마든지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다”라며 “제 이야기를 꼭 여러분의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행사는 문화 전시 자리도 마련했다. 장애인·시민들은 장애인이 직접 그린 해바라기 그림부터 장애인 차별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시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했다.

이들은 노래를 열창하고, 리듬에 맞춰 몸짓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사천 폐쇄 병동에서 있었던 일을 상황극으로 재연하며, 시설 밖 사회에서 생활하고 싶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남 장애인 단체 22곳이 제3회 매드프라이드 경남 '자유에 미치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를 22일 정우상가 앞에서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침대를 끌고 있다. /안지산 기자
경남 장애인 단체 22곳이 제3회 매드프라이드 경남 '자유에 미치다!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로!'를 22일 정우상가 앞에서 개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창원시청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안지산 기자

서영식(60대) 씨는 ‘도움받는 삶 대신 함께 살아가는 삶’을 염원했다. 서 씨는 “정신장애인이 겪는 현실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단지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도 하고 실수도 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더 이상 사회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몰려 구조적 폭력을 겪고 싶지 않다”라며 “우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 낭독에서 △왜곡된 시선·사회적 낙인 거부 △장애인 목소리 존중 △폐쇄적 보호가 아닌 지역사회 자립 실현 △정신질환 인식 개선·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이날 매드프라이드 경남은 정우상가~창원시청 광장을 왕복하는 행진으로 막을 내렸다. 이들은 가요 ‘미쳤어’ 노래와 함께 깃발·휠체어·침대를 끌고 창원시청 광장을 한바퀴 돌았다.

/안지산 기자